“청년 희망 짓밟혔다” 소송 낸 SR 채용비리 피해자…법원 판단은?_스트립 포커 게임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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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4년 전 마땅히 누렸어야 할 기쁨을 박탈 당했습니다. 그 상실감과 좌절감을 말로 이루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 청년의 희망을 짓밟는 행위를 뿌리 뽑는 판결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지난해 1월 수서고속철 운영사인 공기업 SR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A 씨는, 올해 3월 1심 마지막 재판에서 눈물의 최후 진술을 했습니다.

A 씨는 2016년 SR의 신입직원 공채에 지원해 인적성 시험을 거쳐 최종 면접까지 올랐지만 결국 탈락했습니다.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1년여 뒤 경찰에서 뜻밖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A 씨가 지원했던 SR 채용절차에서 비리가 확인됐고, A 씨도 그 피해자 중 한 명이라는 취지였습니다. (▶연관기사 :단골 식당에 내연녀 자식까지”…‘신의 직장’ SR 채용비리 요지경)

수많은 언론 보도와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 재판과 처벌이 이어졌고 SR은 2018년 10월에서야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책을 발표했습니다. SR은 당시 최종면접 불합격자 중 최고점을 받았던 A 씨에 대해서는 별도의 추가전형 없이 채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시련이 이어졌습니다.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니 3개월 간의 수습기간을 거친 뒤 평가를 통해 정규직 채용이 결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단한 노력으로 이미 또 다른 철도회사에 입사해 2년차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던 A 씨는 이같은 방식을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SR의 제안에 응하지 않은 채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일, 1년 4개월여 만에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 공정한 채용절차에 대한 신뢰 저버려…"SR, 손해배상 책임 있다"

소송을 당한 SR, 재판에서 어떤 논리를 펼쳤을까요? 판결문을 보면, SR은 "문제의 채용절차가 진행됐던 2016년 7월경 SR은 민간기업이었기 때문에 보다 폭넓은 인사재량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채용 비리가 아닌 재량적 채용이었다는 뜻입니다.

1심 재판부도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를 때 사업주가 지원자에 대한 채용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하더라도 이는 사업주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라며 "채용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우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설명은 이어집니다. 재판부는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해,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했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해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SR 채용 비리가 바로 여기에 해당됐습니다.

SR은 채용 공고에서 서류전형과 인적성 평가, 면접전형의 순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미리 평가 방법을 고지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채용절차에서 다른 지원자들보다 채용되기에 더 적합한 자질이나 능력을 드러내기만 한다면, 확실히 채용되리라는 정당한 기대"를 가졌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사업주가 "자의적으로" 지원자 채용 여부를 결정해 공정 채용에 대한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렸다면, 이는 불법행위라고 했습니다.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가 더 높은 지원자를 합격자 명단에서 삭제하는 등 서류 전형 합격자를 조작하고, '채용 청탁'을 받은 인사팀장이 직접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특정인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한 만큼 SR 측의 행위는 불법이라는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공정한 채용절차가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한 A 씨의 신뢰를 저버린 불법행위를 저지른 만큼, SR이 A 씨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정신적 위자료는 인정, 못 받은 임금 청구는 기각

'채용 비리'에 대한 배상금으로 SR이 피해자 A 씨에게 얼마를 줘야 할지도 재판의 쟁점이었는데요. 재판부가 정한 액수는 2천만 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SR 직원들의 채용비리로 인해 A 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A 씨의 나이와 경력, A 씨가 당한 '채용 비리' 사건의 경위와 내용, A 씨가 2017년 1월 이후 다른 회사에 입사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정신적 위자료 외에도, 자신이 SR에 채용됐을 경우 받았을 임금 1억 천9백여만 원과, SR 불합격 이후 취직한 다른 철도회사에서 받은 임금 1억 6백여만 원의 차액인 천2백여만 원도 SR이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최종 면접에서 탈락해 당시 불합격자 중 최고점자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는, SR과 A 씨 사이에 고용계약이 '당연히' 성립한다거나 SR이 반드시 A 씨에게 반드시 채용 통지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SR 과 A 씨 사이에 근로 관계가 성립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SR)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임금상당액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금융감독원 채용 비리 피해자가 금감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법원은 금감원의 불법 행위가 없었다면 해당 피해자가 '당연히' 최종합격자로 결정됐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비슷한 판단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은 시간과 돈이 들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고된 일입니다. A 씨도 법원에 낼 서면을 쓰기 위해 퇴근 후에도 쉴 수 없는 날이 많았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소송 비용의 80%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또 다른 청년의 희망이 짓밟히는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채용 비리 피해자들의 소송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